가족적으로다 리모컨을 좀 함부로 다루는 편이다.
가족적으로다? 그렇다. 난 개인적으론 물건을 잘 아껴 쓰는 편이다.

어렸을 적 부터 애답잖게 물건을 함부로 다루지 않아서 주위를 놀라게 만든 경험이 다수 있다. 그러나 이런 편집증적인 습관도 내 것이 아닌 '가족 공동의' 것 앞에선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한다.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리모컨이다.

따지고 보면 이 놈도 전자제품이다.
맛간 놈 배때기를 째고 해부해 보면, 푸르딩딩한 기판에 잘 모르는 뭔가가 땜질이 되어 있는 엄연한 그것의 한 종류다.
그러나 그런 사실을 매우 자주 잊어버리는 것이 나의 가족인 것이다.

그렇담 녀석이 어떤 식으로 홀대를 받는지 알아보자.
일단 집어 던지기.
"거기 리모컨 좀 던져봐라~" 이건 우리집 거실에서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정겨운 가족간의 대화중 하나다. 달라고 하질 않는다 절대.
던지라고 한다. 잘 던져서 쇼파에 안착되면 좋으련만...
피처와 캐쳐가 그런대로 쓸만한 동생과 내가 던지고 받는 경우를 제외하면 별로 신통치 못하다.
두번째는 액체 쏟기.
다양하게 먹어 봤을 것이다. 콜라, 쥬스, 물, 우유... 사후처리는 잘 말리기다. 끈적한 겉에만 걸레로 대충 행궈낼뿐 녀석을 병원에 보내거나 해서 쌩돈 쓰는 멍청한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. 포기를 한건지 원래 그렇게 씩씩한 건지... 잘 나온다.
세번째는 어쩌면 우리가족들의 귀찮음성에 유래 된건지도 모르지만, 절대로 밧데리를 새걸로 주질 않는다.
워크맨이 먹던 밧데리를 주고 워크맨에 새 밧데리를 넣어줄 지언정...
놀라운 사실은 리모컨은 상당한 저전력에도 잘 작동한다. 오~~ 골드스타. 그 순간만은 얼마 안되는 밧데리 값을 벌어서 부우자가 된 것 같은 착각을 하기도 한다.

이처럼 홀대 받는 놈이지만, 인류가 고안해 낸 정말 꽤 편리한 물건 중에 하나인 건 분명하다. 원거리에서 앰프 본체를 조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로 같은 급의 5.1채널 스피커의 값 차이가 벌어진다.
또한  본인도 리모컨이 없다는 이유로 iPod보단 NetMD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.
"리모컨이 없어지면 당연하지만 여러가지로 불편하다." 있을땐 그 고마움을 잘 모르지만, 없어지면 그 존재감을 뼈저리게 느끼는 리스트에 리모컨을 올린다 해도 별 무리가 없을 듯 하다.

AAA밧데리나 사와야 겠다. 오랜만에 Gameboy나 해보게.

Posted by 민혁아빠

2002/02/23 14:10 2002/02/23 14:1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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